본문 바로가기
수학자 이야기

서양 철학의 시조, 고대 그리스 수학자 탈레스(BC 624~BC 546)

by buchoe81 2025. 9. 18.

  탈레스(기원전 약 624년경 ~ 기원전 546년경)는 고대 그리스 이오니아 지방의 도시 밀레토스(Miletus) 출신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천문학자이다. 그는 흔히 “철학의 아버지” 혹은 “서양 철학의 시조”라고 불리며, 동시에 기하학과 수학적 사고를 체계화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또한 “그리스 7현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자연 현상을 신화가 아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으로 이해하려 했던 선구자였다.

1. 생애와 시대적 배경

  탈레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그리스 철학이 막 싹트던 아르카익 시대였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세계와 자연을 신화적·종교적으로 해석하였는데, 탈레스는 최초로 자연 현상을 신의 개입이 아닌 원리(아르케, ἀρχή)로 설명하려 했다. 그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주장을 통해, 우주의 기초를 이루는 원소를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물질로 제시하였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가설이 아니라, 신화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합리적·자연철학적 탐구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탈레스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등의 후대 학자들이 전한 내용이 주요 자료다. 그는 밀레토스에서 태어나 상인으로 활동하며 이집트와 바빌로니아를 자주 오갔고, 그곳에서 이집트의 기하학과 천문학, 바빌로니아의 천문 관측 지식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실용적 경험은 탈레스가 순수한 철학자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수학적 업적을 남기게 된 중요한 배경이었다.

2. 철학적 업적 –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탈레스의 철학적 사상의 핵심은 **“만물의 근원(아르케)은 물이다”**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모든 존재를 가능하게 하고 유지하는 근본적 실체로 여겨졌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생명은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2. 물은 고체(얼음), 액체(물), 기체(수증기)로 변화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
  3. 당시 농업 중심 사회에서 강과 바다, 비는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물은 자연스럽게 근원적 존재로 여겨졌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세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탈레스를 “자연 철학의 시작점”으로 평가했다.

3. 수학적 업적

  탈레스는 기하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이집트에서 기하학을 배워 그리스에 전파했다고 전해지며, 후대에 “탈레스의 정리(Thales' theorem)”라 불리는 여러 기하학적 원리를 발견하였다. 그의 주요 업적은 다음과 같다:

  1. 원 안에 내접한 직각 삼각형의 성질:
    원 위의 반원호에 위치한 점을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은 항상 직각을 이룬다.
  2. 두 직선이 평행할 때 생기는 각의 성질:
    평행선과 교차선이 만들 각의 관계(동위각, 엇각 등)를 처음으로 이해하였다.
  3. 삼각형의 닮음 원리:
    그는 물체의 그림자와 태양의 고도각을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닮음 개념을 실제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4. 원의 지름이 그 원을 이등분한다는 사실:
    원과 직선, 각도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기하학의 기본 원리를 체계화하였다.

  이러한 업적은 오늘날 초등·중등 수준의 기하학에서 배우는 내용이지만, 고대에는 혁명적이었다. 그는 경험적 지식을 수학적 원리로 일반화시킨 최초의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4. 천문학적 업적

  탈레스는 천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두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기원전 585년 5월 28일에 발생한 일식을 예측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고대 세계에서 큰 충격을 주었으며, 그의 명성을 크게 높였다. 물론 현대적 의미의 정밀한 예측이라기보다는 바빌로니아로부터 전해진 주기적 관측 지식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북두칠성 중 한 별(소위 “작은곰자리”의 별)을 이용해 그리스인들에게 항해술을 지도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실용적인 천문학 지식을 통해 항해와 무역에 도움을 준 사례로 볼 수 있다.

5. 탈레스와 실용적 지혜

  탈레스는 단순히 철학자나 학문가로 머물지 않고, 실용적 지혜를 보여준 인물로도 전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한다.
  어느 날, 탈레스가 철학만 연구한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탈레스는 천문학적 지식을 이용해 올리브 수확이 풍성할 해를 미리 예측했다. 그는 미리 모든 올리브 착즙기를 싼값에 빌려두고, 실제로 올리브가 대풍년이 되자 높은 가격에 임대해 큰 이익을 얻었다. 이 일화는 **“철학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로 전해진다.

6. 그리스 7현인 중 한 사람

  탈레스는 “그리스 7현인”에 속하는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7현인은 고대 그리스에서 지혜와 덕목을 갖춘 현자들을 일컫는 칭호인데, 탈레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에게서 전해진 여러 격언은 오늘날에도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너 자신을 알라(γνῶθι σεαυτόν)”라는 문구도 탈레스나 델포이 신탁과 연결되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7. 탈레스의 영향

  탈레스는 후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같은 밀레토스 학파 철학자들은 그가 제시한 “만물의 근원” 개념을 이어받아 각자 공기, 무한자(ἄπειρον) 등의 원리를 제시하였다. 또한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 같은 수학자들이 기하학을 체계화하는 데 있어 탈레스의 발견을 중요한 기반으로 삼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철학의 출발점으로 높이 평가했고, 플라톤과 후대 사상가들 역시 탈레스를 서양 합리주의적 탐구의 시초로 여겼다.


결론

  탈레스는 신화적 세계관에서 합리적 사고로의 전환을 이끈 최초의 자연 철학자이자, 기하학과 수학적 사고의 기초를 다진 선구자였다. 그의 업적은 단순한 이론적 추측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재고, 항해술을 가르치며, 천문 현상을 예측하는 등 실용적 영역에서도 빛을 발했다.

  비록 그가 남긴 저작은 전해지지 않고 대부분 후대 기록을 통해 알려졌지만,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한마디와 기하학적 업적, 그리고 철학적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철학사와 수학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탈레스는 단순히 고대의 현인이 아니라, 서양 합리적 사고의 첫 장을 연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