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고통스러웠던 소송이 끝났습니다. 판사님이 땅땅땅! 나의 손을 들어주었고, 드디어 '승소 판결문'이라는 정의의 증명서를 손에 쥐었습니다. 이제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현실은 차갑습니다. 판결문을 채무자에게 들이밀어도 "배 째라, 나 돈 없다"라고 나오면 당장 내일 내 통장에 돈이 꽂히지 않습니다. 판결문은 돈을 강제로 빼앗아 올 수 있는 '자격증'일 뿐, 돈을 찾아주는 '요술 지팡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합법적으로 채무자의 돈줄을 묶는 '통장 압류(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장벽에 부딪힙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은행 중, 도대체 어느 은행에 채무자의 돈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오늘은 판결문이 쓸모없는 종이 조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실전에서 사용하는 **'채무자 주거래 은행 찾는 법'**을 중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알려드립니다.
1. 왜 주거래 은행을 콕 집어내야만 할까요?
가장 많이 하시는 오해가 "판결문 들고 법원 가면, 알아서 모든 은행 통장을 다 묶어주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입니다. 아쉽게도 법원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판사님, 채무자가 A은행과 B은행에 돈을 숨겨둔 것 같으니 거기를 압류해 주세요"라고 정확히 지정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은행을 다 적어내면 되잖아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 첫째, 막대한 압류 비용입니다. 은행 한 곳을 압류할 때마다 법원에 내야 하는 송달료 등 수수료가 약 4~5만 원씩 발생합니다. 20개 은행을 모두 찔러본다면 압류 비용만 100만 원 가까이 깨지게 됩니다.
- 둘째, 최저생계비 보호법입니다. 법은 채무자도 먹고살아야 한다고 보기에, 통장에 있는 돈 중 '최저생계비(2026년 기준 185만 원)' 이하는 압류를 해도 빼올 수 없습니다. 만약 내가 받아야 할 돈이 1천만 원인데 10개 은행에 100만 원씩 쪼개서 압류를 걸었다면? 각 은행의 청구 금액이 100만 원으로 나뉘게 되어, 최저생계비 기준인 185만 원에 미달하므로 단 1원도 회수하지 못하는 끔찍한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은행에 그물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돈이 묵직하게 들어있을 만한 '진짜 주거래 은행' 1~3곳을 정확히 찾아내어 작살을 던져야 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승소 판결문을 들고 기뻐하지만 정작 당장 손에 쥔 현금이 없어 곤란해하는 채권자의 모습과, 여러 은행(국민, 농협, 카카오 등) 로고가 그려진 문 앞에서 어느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을 돋보기 아이콘과 함께 직관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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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법 1. 통계에 기반한 메이저 은행 '투망 던지기'
채무자의 정보를 전혀 모를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이른바 '국민 메이저 은행' 몇 곳을 전략적으로 묶어서 신청하는 것입니다.
- 전통의 강자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급여 통장이나 사업자 통장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4대 시중은행입니다. 이 중 2곳 정도를 선택합니다.
- 숨은 돈의 성지 (NH농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채무자이거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 혹은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시중은행을 피하려는 채무자들이 애용하는 곳입니다.
- 디지털 세대의 필수품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20~40대 채무자라면 인터넷 전문 은행을 주거래로 사용할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팁] 압류를 신청할 때 청구 금액의 비율을 똑같이 나누지 마세요. 예를 들어 1천만 원을 압류한다면, 가장 유력해 보이는 국민은행에 700만 원, 카카오뱅크에 200만 원, 새마을금고에 100만 원 식으로 확률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 신청하는 것이 회수율을 높이는 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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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방법 2. 전문가의 진짜 비기, '신용조사' 활용하기
위의 방법이 '감'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지금 알려드리는 방법은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데이터'에 기반하여 백발백중으로 꽂아 넣는 전문가의 기술입니다. 바로 합법적인 신용정보회사를 통한 **'신용조사'**입니다.
승소 판결문이 있다면, 떼인 돈을 받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 인정되므로 신용정보회사(NICE, KCB 등)에 의뢰하여 채무자의 금융 거래 내역을 샅샅이 조회할 수 있습니다.
- 무엇을 알 수 있나요? 채무자가 현재 어느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두었는지,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는 주로 어느 은행과 연결해서 쓰고 있는지, 대출은 어디서 받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보고서를 받게 됩니다.
- 비용과 시간: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15~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며, 기간은 1~2주 정도 소요됩니다.
"내 돈 받는데 또 생돈을 써야 해?"라며 억울해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은행이나 무작정 압류하며 버리는 법원 수수료와 아까운 시간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15만 원을 투자해서 채무자가 매일 쓰는 진짜 주거래 통장을 정확히 찾아내 한 번에 묶어버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똑똑한 방법입니다. 체크카드 결제 계좌로 쓰는 은행을 압류하면, 당장 오늘 점심값부터 결제가 막히기 때문에 채무자가 백기를 들고 먼저 합의를 요청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아래 이미지는 주거래 은행을 찾는 2가지 방법(메이저 은행 투망 던지기 vs 합법적 신용조사)을 비교하는 인포그래픽입니다. 투망 던지기는 넓은 그물을 던지는 이미지(낮은 비용/보통의 정확도)로, 신용조사는 과녁 정중앙에 화살이 꽂히는 이미지(약간의 비용/매우 높은 정확도)로 대비시켜 디자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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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3가지 (FAQ)
Q1. 은행을 압류했는데 통장에 50만 원밖에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에서 정한 최저생계비 185만 원 이하의 금액은 압류가 되더라도 채권자가 빼앗아 올 수 없습니다. 채무자 역시 그 돈을 마음대로 뽑아 쓸 수 없도록 통장이 묶이게 되지만, 채무자가 법원에 '압류금지 채권 범위 변경 신청'을 하면 185만 원까지는 찾아서 쓸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가급적 잔고가 넉넉할 만한 시기(급여일 직후 등)를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Q2. 통장 압류 신청 후 실제로 묶이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A.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판사님의 결재가 떨어져 해당 은행으로 압류 명령서가 송달되기까지 보통 1주에서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은행 직원이 그 서류를 접수하는 즉시 채무자의 계좌는 동결됩니다. 채무자에게는 은행보다 며칠 더 늦게 통지서가 가기 때문에, 채무자가 미리 돈을 빼돌릴 틈은 거의 없습니다.
Q3. 신용정보회사는 아무 곳이나 이용해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길거리 현수막이나 전단지에 있는 불법 흥신소나 떼인 돈 받아준다는 불법 추심업체를 이용하면 큰일 납니다. 반드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신용정보회사(NICE평가정보, SCI평가정보, 고려신용정보 등)를 이용해야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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