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지구형 행성들은 비교적 작은 크기, 암석 구성, 느린 자전 속도 등 여러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달과 거대행성의 위성 중 몇몇 위성도 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장에서는 지구형 행성과 그 위성에 대하여 살펴보고, 거대행성과 그 시스템은 다음 장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 수성의 3 대 2 자전 - 공전 주기 결합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은 그 공전궤도가 태양에 너무 가까워서 케플러의 법칙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질량이 큰 물체 부근에서는 시공간이 왜곡되어,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의 첫 시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수성의 이심궤도가 아니라 근일점이 서서히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965년 롤프 다이스와 고든 페텐길이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레이더 신호를 수성 표면에서 반사시키는 데 성공하였으며, 여기서 수성의 궤도에 또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사된 신호는 수성의 자전 속도를 나타내는 파장의 변이를 보여주었다. 즉 도플러 효과에 의하여 접근하고 있는 가장자리 쪽에서 반사되는 전파는 청색 이동되고 멀어지는 쪽에서 반사된 것은 적색 이동되는 것이다. 이들의 관측에 의하여 수성의 자전주기는 약 59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마리너 10호 우주선이 1974년과 1975년에 수성 주위를 반복 접근 비행하면서 관측한 정확한 자전주기는 58.6462일이었으며, 이것은 정확하게 그 항성 공전주기 87.95일의 2/3이었다.
조석력에 의한 진화를 통하여 수성의 자전 및 공전주기 사이의 3 : 2 비율 관계가 형성된 과정을 밝힐 수 있다. 수성은 근일점에서 가장 큰 조석력을 받아서 그 팽대부의 축을 태양과 수성의 질량중심을 연결하는 직선에 맞추려 하게 된다. 그 결과 조석력에 의한 왜곡을 동반하는 막대한 에너지 소실에 의하여 수성의 회전은 점차 느려져서 궤도 선회 시마다 근일점에서 공전과 자전의 정렬이 일어난다.
- 수성의 표면
마리너 10호가 보내온 사진은 수성의 표면이 달과 매우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성의 표면은 수많은 구덩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수성의 46억 년 역사 동안 많은 운석이 충돌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심한 충돌은 태양계에서 매우 흔한 일이며 이를 통하여 태양계 역사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다. 칼로리스 분지를 만든 충돌은 매우 강력해서 표면에 발생한 주름이 수성 반대 표면까지 뻗어나가 많은 구릉을 형성하였다.
달과 수성의 표면 사진을 비교해보면 수성의 구덩이들 주위에는 달 만큼 구덩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달과 수성이 비슷한 시기에 형성되었으며 그 후 충돌한 운석의 비율도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수성의 표면은 이후에 재형성되었다고 해석되므로, 달 표면에 비하여 더 젊은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은 수성이 달보다 더 크고 태양에 더 가까우므로 형성된 후 더 서서히 냉각되었으므로 용암이 표면으로 올라와서 오래된 구덩이 지역을 덮었을 것이라는 결론과 일치한다.
수성의 크기와 태양에 대한 거리를 고려하면 대기가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태양을 향한 표면의 온도가 매우 높고 탈출속도가 비교적 낮으므로 대기 중의 기체는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증발하여 없어지게 된다. 실제로 수성의 외기권의 높이는 그 표면 높이와 같다. 수성이 가지고 있는 대기는 강력한 태양풍에 포함된 전하를 띤 수소와 헬륨 원자핵이 수성의 약한 자기장에 포획된 것이며, 여기에 표토(또는 토양)에서 나온 산소,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원자가 포함되어 있다. 표토에서 나온 원자는 강력한 태양풍의 충돌 또는 미세운석의 충돌에 의하여 증발하여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레이더 관측 데이터에 의하면 비록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수성의 극관 부근에서 영구적으로 그늘진 부분에 있는 구덩이에는 얼음으로 추정되는 반사율이 높고 휘발성이 강한 물이 있다. 조석 상호작용에 의하여 자전축이 거의 정확하게 궤도면에 수직이므로 극지방은 태양광을 거의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가 거의 없으므로 적도지방에서 극지방으로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로 극지방의 온도는 167K 이하로 추정되며 극지방에 있는 구덩이 내부의 그늘진 부분의 온도는 60K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온도가 이처럼 낮으므로 혜성의 충돌 등으로 그러한 지역에 들어오게 된 얼음은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내부
수성의 평균 밀도는 5427kg/m3으로서 달의 평균밀도 3350kg/m3에 비하여 상당히 높다. 이는 가벼운 물질의 대부분이 상실되었으며 중력에 의하여 내부에 밀도가 매우 높은 핵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윌리 벤츠, 웨인 슬래터리, 앨러스테어 캐머론 등이 1987년 수행한 최초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수성은 그 형성 초기에 큰 미행성과 충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충돌 에너지는 매우 커서 외부의 가벼운 규산염 물질이 날아가고 중심부에 있던 철과 니켈이 남게 되었다. 그 결과로 충돌 후 수성의 평균밀도는 많이 증가하였다. 추정에 의하면 그 충돌한 천체의 질량은 현재 수성 질량의 약 1/5이며 충돌 속도는 20m/s였다. 충돌 이전의 수성 질량은 현재보다 약 두 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은 수성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밀도를 설명하기 위한 특별한 가정으로 보이겠지만, 앞으로 초기 태양계가 매우 역동적이었으며 거대한 충돌은 그 진화 과정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었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수성의 약한 자기장
수성의 자전은 전도성 금속 핵과 함께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리너 10호가 측정한 최대 자기장 세기는 고도 330km에서 약 0.0000004T로서 지구 표면에 비하면 약 100배 더 약하다. 행성의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은 자기 다이나모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태양의 자기장이 형성되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행성과 항성의 메커니즘 차이는 그 발생 원인이 행성에서는 전기전도성 액체금속 핵이며 항성에서는 이온화된 가스라는 것이다. 행성의 다이나모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수성의 경우 자전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사실은 자기 다이나모가 활동 중일 것이라는 생각과 모순된다. 그뿐만 아니라 그 크기가 비교적 작으므로 그 핵이 냉각되어 용융 상태의 핵이 있다 하더라도 측정 가능한 세기의 자기장을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다이나모 메커니즘에 반대 의견을 가진 학자들은 수성의 자기장이 과거 자전 속도가 더 빠르고 더 높았을 때 형성되었던 자기장이 '얼어붙어' 남아 있는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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