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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태양계 - 금성

by buchoe81 2025. 9. 6.

  태양에서 두 번째 위치에 있는 금성은 그 질량과 반지름이 지구와 비슷하여 지구의 자매 별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지구와 금성은 그 기본 특성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 역행 자전

  1960년대에 금성의 여러 독특한 특성 중에서 한 가지가 발견되었다. 금성의 대기는 적도의 구름 윗부분에서 약 초속 100m의 속도로 역행운동(궤도운동과 반대 방향)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금성 대기의 구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내려진 것이며, 그 후 구름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선의 스펙트럼에 서 도플러 이동을 측정하여 확인되었다. 그 후 지구상에서 금성 표면의 레이더 도플러 효과를 측정하여 금성 자체도 역행 자전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대기 상층부의 속도보다 약 60배 더 느리다는 것이 밝혀졌다. 금성의 항성 자전주기는 매우 길어서 234일이며 이것은 공전주기 224.7일과 비슷하다.

  금성의 역행 자전은 매우 흥미 있는 수수께끼이다. 태양의 모든 행성은 순행 공전을 하며 그 위성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즉 이러한 행성과 위성은 지구의 북극에서 볼 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금성, 천왕성, 명왕성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행성과 그 위성의 대부분은 태양과 같이 순행 자전한다. 이 사실은 회전하는 물질 원반에서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일치한다.

  금성과 태양 및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 및 수치 해석을 근거로 알렉산드르 코레이아와 자끄 라스카르는 금성의 역행 자전을 중력 섭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들로부터 섭동을 받은 금성은 축이 기울기 0도 내지 90도 사이로 기울어지는 혼돈의 무질서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고, 금성 자전축의 경사가 크게 변하게 된다. 한편, 금성이 형성된 후 처음 수백만년 동안 두꺼운 대기가 조석력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그에 따라 완충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자전주기와 축의 기울기에 대하여 다양한 초기조건을 대입하여 수행한 수치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현재 관측되는 것과 같이 매우 느리게 역행 자전 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종적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자전축이 180도 가까이 반전되거나 또는 축 기울기 0도에서 스핀 속도가 영으로 느려지고, 그 후 조석에 의하여 느린 역행 자전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금성 대기의 역동적인 활동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기 내부로 진입했던 우주 탐사선들은 두 개의 거대한 해들리 세포들을 발견하였다. 이 셀들은 각각 남반구와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금성의 느린 자전속도 및 그에 따른 코리올리 힘을 받지 않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적도 부근에서 구름층이 불과 4일 만에 금성 주위를 돌면서 Y자형 구름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고속운동은 높은 고도의 제트기류(좁은 공기의 흐름)에서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대기의 체적을 고려할 때 그리고 특히 그처럼 느린 자전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다.

  

  • 자기장의 부재

  금성의 느린 자전속도에 의하여 예상되는 결과와 실제 관측 결과가 일치하는 사실 하나는 자기장이 측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융 상태의 전도성 중심핵 내에 흐르고 있는 전류는 행성의 자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금성에는 자기 다이나모 메커니즘에 필수적인 구성요소가 하나 빠져 있는 것이다. 로렌츠힘에서 금성을 보호해주는 자기장이 없으므로 태양풍의 초음속 이온이 대기층 상부에 직접 충돌하여 충돌전리를 일으키며 태양풍의 입자들이 갑자기 음속 이하로 느려지는 위치에서 정상충격파를 발생시킨다.

 

  • 금성의 고온 고밀도 대기

  초기의 지상 망원경 관측과 그 이후 소련과 미국의 탐사선에 의한 짙은 대기의 성분 분석 결과, 금성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로서 총 원자 또는 분자 숫자에서 96.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질소 분자가 나머지의 대부분(3.5%)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성분으로서는 아르곤(70ppm), 이산화황(60ppm), 일산화탄소(50ppm), 물(50ppm) 등이 있다. 탐사선은 심지어 짙은 농도의 황산이 이루고 있는 두꺼운 구름층도 발견하였다. 대기 하부층에서는 온도가 740K에 달해서 납을 녹일 수 있을 정도이며 기압은 90atm으로서 지구의 해수면 아래 800m 깊이의 압력과 같다.

  이처럼 높은 지표의 온도는 단순한 흑체 분석 결과로 예상할 수 있는 온도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기 중에 있는 대량의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때문이다. 대기의 농도는 매우 짙어서 적외선에 의한 광학적 깊이가 약 70이며, 이는 금성 위치에서 대기가 없는 행성에서 예상되는 흑체 온도에 비하여 거의 2.9배 만큼 온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의 자매 별인 금성이 어떻게 이처럼 지구와 크게 다른 대기를 갖게 되었을까? 지구 대기의 형성 과정은 아직 완전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지금도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지구의 화산에서 분출되는 가스에 의한 직접적인 증거와 그리고 금성 및 화성에서 발견된 화산을 바탕으로 지구형 행성의 대기 중 최소한 일부분은 화산활동에 의하여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 행성의 대기 중 상당한 부분이 혜성과 운석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성과 운석 기원설이 옳다면 지구형 행성의 대기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혜성과 운석의 성분과 내행성에 충돌하는 빈도를 알 필요가 있다.

  원시 대기의 출처가 어디든 간에, 현재 금성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이며 극히 소량의 물이 있다. 이와 반대로 지구에는 대량의 물이 있으며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는 극히 적다. 이 두 행성에서 비교적 풍부한 이들 성분이 어떻게 이처럼 다르게 되었을까? 현재 추측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두 행성의 초기 대기가 성분이 비슷하였다면, 태양계 성운 내에서 형성된 위치가 서로 가깝고 그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금성에도 초기에는 대량의 물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계열성으로서 태양의 영년 광도가 지금의 광도에 비하여 훨씬 더 낮았으므로 초기의 금성에는 뜨거운 바다가 있었을 수도 있다. 태양의 광도가 높아지고 미행성이 충돌함에 따라 금성의 지표 온도가 상승하여 바다가 증발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대기 중에 적외선을 흡수하는 수증기 함량이 높아짐에 따라 온실효과가 폭주 현상을 일으켜 지표 온도가 1800K 가까이 상승하였으며, 이 온도는 나머지 물을 모두 증발시키고 심지어 암석까지 녹일 수 있는 온도이다. 이와 동시에 지표의 대기압은 300atm에 이르게 되었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보다 가벼우므로 수증기는 대기 상층으로 올라가서 태양의 자외선에 의하여 분해되었다. 이 자외선 광분해 반응에 의하여 가벼운 수소 원자가 발생하고 그 대부분은 금성에서 탈출하였으며 이산화탄소는 남아서 금성 대기의 지배 성분이 되었다.

 

  • 지표 탐사

  두꺼운 구름층과 대기의 악조건으로 금성 지표에 대한 자료는 수집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수행된 소련의 베네라 탐사선은 금성 대기 속으로 진입하였으며 착륙에 성공하기도 하여 금성의 악조건하에서 활동을 멈출 때까지 짧은 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하였다. 이 탐사선들은 부근의 지면을 촬영하여 지구로 송신하였다. 착륙한 탐사선들은 ㄷ기와 주변 암석의 샘플을 수집하여 대기 중의 황 성분을 확인하고 지면에서는 화산작용으로 생성된 암석을 찾았다. 이산화황의 함량이 수십 년에 걸쳐 변한다는 관측 결과와 번개에서 발생하는 전파의 특성을 통하여 최근에도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특히 여러 우주탐사선과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에 의하면 금성 대기 중의 이산화황 함량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약간의 일시적인 변동이 있었으나 대략 한 자리 수 이상 감소하였다. 자외선은 대기 상층부의 이산화황을 황산으로 변화시키므로 이산화황의 함량이 감소하였다는 관측 결과를 근거로 일부 과학자들은 1970년대에 거대한 규모의 화산분출이 있었으며 1992년에는 다소 소규모의 분출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시하였다.

  금성 지표에 대하여 가장 많은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레이더 화상이다. 가시광선과 자외선은 금성의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전파 신호는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더 연구는 아레시보 등 지구상에 있는 망원경과 베네라, 파이오니어 시리즈, 그리고 최근의 마젤란 우주선 등의 궤도 탐사선을 통하여 수행되었다. 1989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서 발사된 마젤란은 1994년까지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금성 대기 중으로 진입하여 대기의 밀도구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마젤란은 금성 궤도를 순회하는 동안 지면의 98%를 75m 및 120m 해상도를 가진 지도로 작성하였다.

  마젤란은 그 임무 수행 기간의 약 절반 동안 전파 신호를 계속 지구로 송신하였으며 과학자들은 그 전파 신호에서 도플러 효과에 의한 파장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마젤란이 평균 밀도가 높은 지역을 지날 때는 국지적인 중력 세기에 의하여 그 속도가 약간 빨라지며 그에 따라 지구에서 수신하는 전파의 파장도 달라진다. 이런 방식을 통하여 금성 표면의 약 95%에 해당하는 지역의 중력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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